“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리모델링’하면 떠오르는 바로 이 동요! 오래된 아파트를 신축 아파트로 탈바꿈시키는 ‘리모델링’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포스코이앤씨는 2014년 건설사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 부서를 신설하며 업계에 진출한 뒤, 현재까지 업계 수주 1위 실적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존 구조물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 집’을 짓기 위해 신기술들도 개발하고 있는데요, 건축구조 박사에서 시작해 현재는 리모델링 전문가로서 다채로운 수행 경험을 축적하며 사업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는 리모델링기술그룹 김인호 Master를 만나 보았습니다. <편집실>
안녕하세요, 저는 리모델링 분야 MASTER(핵심전문인재)로서 건축사업본부 리모델링기술그룹에서 리모델링 사업 수주부터 시공까지 모든 프로젝트 과정 전반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술그룹이라고 기술개발만 하는 것은 아니고, 수주 예정 사업지의 사업성 검토, 수주·인허가 설계 관리, 리모델링 기술 개발, 현장 기술 지원 등 프로젝트 단계마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요.
저는 학사부터 박사까지 건축구조를 전공해서 2011년 R&D센터 건축구조 연구직으로 입사해 건축구조 분야의 연구 개발과 기술 지원 업무를 했어요. 그러다 2014년 우리 회사가 리모델링 사업을 본격 확장하면서 R&D센터에서 리모델링 연구를 하게 됐죠.
그때도 기술개발 업무를 했지만, 본격적으로 업무가 고도화된 것은 2021년 리모델링사업 부서로 자리를 옮긴 후부터예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수주나 영업지원 업무도 병행하면서 전체적인 맥락을 읽는 눈이 생겼거든요.
리모델링 업무는 기술로써 고객과 소통할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기존 업무였던 건축구조는 건물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평상시 마감재에 가려져 바람, 지진 등 극한 하중이 작용할 때만 고객들이 역할과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리모델링에선 눈에 보이는 설계, 디자인을 통해 직접 기술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죠.
또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바탕으로 시공하기에 구조·토목 등 엔지니어링, 건축 설계, 상품 디자인 작업이 동시에 필요해서 업무가 모두 분업화된 기존 업무들과 달리 융복합적인 접근과 협업을 많이 하게 돼요. 이러한 업무방식도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 매일 즐겁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네, 그동안 리모델링 연구과제 4건을 수행해서 특허 10건과 기술인증 5건에 참여하면서 리모델링 시장에서 실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 더욱 보람을 느꼈어요.
대표적인 기술만 몇개 말씀드리면 슬래브 신구 접합부 기술, 고강성 파일 공법, 층고확장형 리모델링 구조 공법, 성능설계 기술 등이 있어요. 전반적으론 구축 건물을 활용할 때 발생하는 한계를 개선하는 기술들이에요.
그 중에서도 ‘슬래브 신구(new-old) 접합부 기술’은 새로운 건물과 기존 건물을 붙일 때 시공성이 낮은 기존의 이음 방식 대신 *케미컬앵커를 활용해 시공성과 품질을 높인 기술이에요. 2020년 대한건축학회와 공개 구조실험을 진행하고 기준적합성 인증을 받아 더욱 기억에 남아요.
건물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도 개발해왔어요. 그 예시가 ‘고강성 파일 공법’이에요. 기존 직경 100㎜ 이하 작은 보강파일을 썼을 때 강성이 작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200㎜이 넘는 보강파일을 개발했거든요. 이 파일을 통해 건물의 성능과 안전성을 더욱 높일 수 있었죠.
‘리모델링 아파트를 지을 때 발생하는 한계를 기술로써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평소에 하는 고민들에서 많이 얻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신기술을 생각해낼 땐, 다채로운 업무를 수행했던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원래 전공인 초고층건물 등 건축구조 업무를 하며 진행했던 콘크리트 등 재료 연구, 그 후 현장에서 엔지니어링 실무를 경험하기도 했고 층간소음 연구과제도 맡았었죠. 리모델링 부서로 와선 수주, 설계, 영업 업무도 병행했고요. 돌아보니 구조, 재료, 시장 연구를 단계별로 수행해왔더라고요.
하지만 무엇보다 동료들과의 협업에서 가장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요. 기술 개발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요. 2023년부터 R&D센터, 현장 직원, 현업 전문인재 총 8명으로 구성된 Agile팀을 리드하며 함께 리모델링 연구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직접 리모델링 과제를 선정하여 기술을 개발하고, 그 후의 현장 적용까지 검토할 수 있어 의미가 크죠.
2023년엔 함께 협업해서 차별화된 리모델링 기술 개발로 특허 출원 2건, 기술 인증 2건 등 다수의 성과를 냈어요. 올해도 2기 Agile팀 과제를 수행하며 고난이도 리모델링 기술 솔루션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2년 수주한 수원 벽적골 주공8단지 리모델링 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고객들께 더 나은 수준의 디자인과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 드렸거든요.
국내 최대 규모의 리모델링 연도형 선큰 커뮤니티 시설을 벽적골 아파트에 설계했어요. 보통의 선큰 커뮤니티를 만드는 방식과도 차이가 있었는데요, 벽적골 아파트엔 단지 보행통로와 인접도로 간 5m 정도 레벨 차가 있었어요. 이 경우, 보통은 레벨 차를 만드는 옹벽을 그대로 두고 선큰 커뮤니티를 별도 섬처럼 지하층에 설계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그 경우 고객의 입장에선 커뮤니티에 접근하기 위해 다수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죠.
이러한 불편함을 개선하고자 이번 커뮤니티 시설에선 옹벽을 해체해서 복합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연도형(street-mall형)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요. 그 당시로선 옹벽을 해체해서 연도형 선큰 커뮤니티를 만든 건 저희가 최초였어요. 구조, 설계, 디자인 업무가 따로 진행됐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어려웠을 텐데, 융복합적으로 협업하니 솔루션이 나오더라고요.
특화 외관 디자인도 하나의 단지가 나무처럼 보일 수 있게 아름답게 구성했어요. 다행히 주민들께서 굉장히 만족해하셨고, 고객들께 최선의 디자인과 시설을 제공했다는 보람을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마에스트로처럼 높은 차원의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주로 해요. 사실 건설업 자체가 굉장히 전문화, 분업화되어 있어요. 구조, 토목, 건축 각 분야가 모두 전문성은 상당하지만 분업화 돼있기에 소통과 협업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속한 분야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입체적으로 분석하여 최선의 해결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늘 명심하고 있어요.
포스코이앤씨는 신사업과 신기술에 대한 도전과 성장을 적극 장려하는 기업 같아요. 리모델링 사업 진출 시부터 지금까지 많은 기술적 난제들이 있었지만, 연구 과제를 선도적으로 수행하고 핵심 엔지니어링 협력사를 육성하는 등 도전을 지원하는 여러 제도와 정책들을 통해 사업이 확장될 수 있었죠. 제가 속한 Agile팀도 그 일환으로써 적극 지원이 있어 기술인재로서 온전히 도전과 과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융복합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찾고 개발하시길 권유드리고 싶어요. 건축물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으로서 시대에 따라 건설업 안에서도 수많은 기회와 가치가 창출되니까요. 저도 선배로서 응원하겠습니다!